01 August 2015

힘들 때

내가 지금 하고싶은 게 이게 아닌데. 그런데 이 길로 가야 세상이 말하는 안정을 얻을 수 있고 여기로 가면 가족분들이 뿌듯해하실거다. 한마디로 세상에 인정받는 거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 길로 가면 내 꿈을 향해 갈 수 있다고 한다. 좀 더 쉽게. 그런데 좀 더 고생하더라도 처음부터 내가 가고싶은 길로 가면 안 되는 걸까. 물론 되겠지만 내게 용기가 없어 불평하는 거다. 그러면서도 힘들다고 찡찡대고 싶고 우울해진다.

어른이 된다는 게, 바라보며 기대할 일이 많이 없어졌다는 것인가. 내가 지금 달려가는 건 취직을 위한 거고, 취직을 하면.... 취직을 하면 매일 일을 한다. 잠 잘 시간도, 가족친구 만날 시간도 없다. 그리고 월급이 나온다. 그리고 일년 며칠은 휴가로 쉰다. 몇년 그렇게 일하면 좋아하는 직업으로 갈 수도 있다. 그러면 일하러 가도 뿌듯하고 기쁠테다. 물론 여가시간도 좀더 늘어나길 바란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아이도 낳고 키우고 강아지도.

그런데 변함없는 것은 삶은 어렵다는 것이다. 적어도 앞으로 몇십년 간은 일도 하고 돈걱정도 하고 집안일도 하고 육아도 할 것이다. 은퇴해도 사정이 안좋을 수도 있고 몸은 늙어있다. 내가 진짜 하고 싶고 배우고 싶고 깊게 파고들고 싶었던 것들은 하기 힘들 거라고 생각해야 실망도 덜 하고 슬픔도 덜 할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슬프다. 힘들다. 실망스럽다. 난 아직 어린데. 아직 세계를 더 보고 싶고 더 많은 곳에 가서 더 많은 것을 먹어보고 즐겨보고 경험해보고 고삐 풀린 마냥 연애도 해보고 싶고. 요리도 배우고 싶고 재봉도 배우고 싶고 유화도 매우고 싶고 조각도 배우고 싶고 사진도 더 배우고 싶다. 늘 길어지기만 하는 리스트에 적힌 책들과 영화도 모조리 다 섭렵하고 싶다. 매일 일어나서 요리하고 피아노 치고 좋아하는 것 하다 웃으며 잠들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아, 만약에 재벌집 딸이면 좋았을텐데 라는 생각이 드는 내가 한심하다. 재벌집 딸도 시련이 있고 하기싫은 것 어려운 것도 해야할텐데. 열심히 살 생각은 안하고 남탓 배경탓.

사실 제일 쉬운 건 삶이 끝나는 건데. 어차피 죽는 거, 고생 덜 하다 죽는 건데. 어디 훅 하고 일어나 오지에 가서 떨어지면. 빨리 발견돼서 가족들도 찾느라 애쓰지 않아도 되게. 그래도 그건 못할짓이다, 결국엔. 아무리 잘 계획해서 진짜 사고인 듯 하게 해도. 엄마아빠 슬퍼하시고 동생 기댈 곳 중 하나 없어지는데. 잘 극복해도 그렇게 의도적으로 영구적인 상처를 남길 순 없지.

결국 결론은 늘, 조금만 더 참고, 조금만 더 열심히 하자, 이거다. 그래도 힘든건 힘들다. 누가 내 옆에서 계속 토닥여주면서 괜찮아, 다 잘 될거야, 잘 안돼도 내가 있잖아, 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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