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August 2013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 신경숙

걷는 일은 스쳐간 생각을 불러오고 지금 존재하고 있는 것들을 바라보게 했다.

오늘을 잊지 말자.

살아 있으라. 마지막 한 모금의 숨이 남아 있는 그 순간까지 이 세계 속에서 사랑하고 투쟁하고 분노하고 슬퍼하며 살아 있으라.


-신경숙,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중



오랜만에 한글 소설을 읽었다. 신경숙의 단편소설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어쩌다, 곁에 있기에, 표지가 예뻐서 집어들었다가 따스하고 웃게도 했다가 뭉클하게도 하는 글솜씨에 반해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를 급히 구했다. 내 손에 넘어온 그날 밤에 시작해 하룻밤을 자고 그다음날 제일 급한 일만 끝내고 몇시간 안에 끝내버렸다.

윤. 미루. 이름보다는 '그'가 익숙한 명서. 단이. 이제는 생각하기만 해도 가슴이 사무칠 듯 아픈 이름들이다.

소설의 3분의 2쯤 넘어가고부터는 계속 눈물을 흘리면서 읽었던 것 같다. 내.가.지.금.그.쪽.으.로.갈.게. 이렇게 사이사이에 마침표를 찍은 문장을 읽을 때마다 어디선가 타자기에 그 글자들이 찍히는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았다. 나는 그 시대를 살아온 것도 아니고 비슷한 경험도 없는데 왜 이렇게 내일처럼 가슴아프고 서럽고 억울한지 눈물이 계속 났다. 내가 그 세계로 뛰어들어 그 시대를 바꿔놓고 싶었고 그 청춘이 서럽게 빛나서 슬펐고 그래도 아름다워서 가슴이 먹먹했다. 그들의 영혼이 너무 순수했고 아름다워서 더 서러웠다. 그런 사람들이 그런 아픔을 겪어야한다는게 억울했고 화가 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걷고 읽고 쓰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전화하고 편지쓰고 찾아다니는 그들의 뜨거운 젊음이 부러웠다. 인생의 그때를 그들의 아픔 덕에 평화롭게, 자유롭게, 풍요롭게 살고 있는 내가 이토록 불평, 불만, 남에게만 따지며 태만하게 딱 해야할 것만 하고 사는 내가 후회스럽고 미안한 마음도 그 눈물엔 섞여있었다.

나도 "오.늘.을.잊.지.말.자."라고 말하고 싶은 사람, "내.가.지.금.그.쪽.으.로.갈.게"라고 언제나 말할 사람들을 만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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