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July 2011

scribbles




수업시간에 끄적였던...thinly veiled stories of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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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혼자서.
 가끔, 어쩌면 자주, 내가 다중인격인지 궁금해질 때가 있다.
 어떤 날에는 하루종일 집에서 홀로 말 한마디 안하고 멍하니 고요 속에 앉아있고 싶을 때가 있다. 철학적인 생각에 빠지거나 엄마아빠의 빛바랜 옛날 사진들을 늘어놓고 그들의 인생을 상상해보고 싶을 때가. 어떤 날에는 이불을 벅차고 일어나 스윙 재즈 레코드를 얹어놓고 청소를 하고 발코니에 사는 화분들에게 말을 걸며 물을 주고 새로운 요리에 도전해본다. 어떤 날에는 머리를 가득 채우는 일렉트로닉 음악을 틀고 화려한 구두와 마스카라를 꺼내 친구들을 불러낸다. 밤새도록 떠들고 마시고 노래하고 춤도 추고 온다. 그리고 또 어떤 날에는 옛날 노래를 흥얼거리며 연락도 없이 배낭 하나 메고 훌쩍 시골집에 갔다오기도 한다. 따라다니면서 쓸데없이 자잘거리고 옆에서 감자를 캐고 상을 차리고 어색해하는 삽살개한테 괜히 혀를 내밀어가며.
 이렇게 혼자서는 마음가는 대로 하루를 보낼 수 있다. 조용히 보내고 싶은 날은 하루종일 빈둥거릴 수 있고 사람이 그리운 날은 친구를 부를 수 있고 떠나고 싶은 날은 그대로 떠날 수 있다.
 그런데 어떤 날에는 쓸슬함이 몰려온다. 혼자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모든 것을 변질시킨다. 자유가 외로움이 되고 어제까지만 해도 받을 때까지 끈질기게 걸었던 제일 친한 친구 전화번호도 누르면 초라해질 거란 생각에 먼저 연락해주기를 더 초라하게 기다린다.
오늘은 그런 날이다. 빛이 환하게 들어오도록 베란다 커튼을 열어놓고 하늘거리는 긴 치마를 드리우고 앉아 원고를 점검하다 문득 혼자라는, 누가 옆에 있어서 귀찮게 하면 좋겠다는,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편집장님이 내가 외롭고 할일 없을 거라는 것을 알고 위로 차원에서 이 원고를 봐달라고 한 것 같았다.
 이런 때에는 어김없이 그들이 생각났다. 평생 사랑하고 옆에서 귀찮게 해주고 걱정해주겠다는 약속을 내민 그들. 알고 지내는 거의 모든 어른들처럼, 점점 많은 친구들이 하고 있는 것처럼, 하나가 아닌 둘이 되어 살자고 했던 그들. 동생으로만 삼았던 후배. 장난으로 몇 번 만나줬는데 사랑이라던 친구의 친구. 첫사랑이었던 선배. 오랜 친구로 지내다 그의 고백 한마디에 어색해 멀어져버린 그. 사귀다가도 그들이 그 약속을 내밀기만 하면 기다려달라는 말도 하지 않고 밀쳐낼 때마다 엄마에게, 동생에게, 친구들에게 댄 핑계는 다양하고 이성적이었지만 그 내면은 매번 똑같았다. 아직은 홀로의 외로움보단 혼자의 자유라고 생각이 되었고 그걸 잃는 것이 두려웠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누군가가 나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한다는 걸 믿고 내 모든 것을 맡기고 내어줄 용기가 없었다. 그런 것이 가능하다는 믿음조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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